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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교육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by 운향목

오늘 뭔가 느낀바가 있어서 쓰고 시작합니다.



오늘 절에 갔다가, 고3 학부모님들을 만났습니다.
저번주에도 뵜던 분인데, 오늘은 어머님들 기도가 저번주 보다 빡시더군요.

알고보니 저번 주에 있었던, 대학교 수시 논술이 원인이더군요. 게다가 모의고사도 쳤구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 난리도 아닙니다. 학생도 힘들고 학부모도 힘들고, 선생님도 힘들고...
아이가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관계없이 다 힘들어요.

그뿐입니까.

정원이 12명인 곳에 100명 응시 이 따위니
입학사정관도 힘들고, 논술 채첨하시는 분들도 힘들고, 면접관도 힘들고..



이 총체적인 난국이 도대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학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나름 절에서 고3 부모님들 사이에서 제가 좀 인기..)





이 부모님들도 몇가지 기본적인 것은 알고 계십니다.
1. 대학 잘 나와 봤자다.
2. 돈버는건 대학이랑 입시학원 뿐이다.
3. 취직 잘되는 과가 중요한게 아니라, 학생이 뭘 하고싶어 하느냐가 중요하다.
4. 이 '입시 전쟁'이란 미친짓이다.

모두 공감하십니다.
그런데.
'그렇죠? 대학입시에 아등바등 할 필요가 없다니까요.' 라고 말씀드리면 대답은 계속 똑같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한 세번정도 똑같은 말 반복 된거 같습니다.
앞의 말을 전부 공감하면서도 언제나 결론은 '어쩔 수 없다' 라더군요.

뭘 어쩔 수 없는건지 한참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도대체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을 저렇게 옭아매고 있는 '어쩔 수 없는 무언가'가 무엇인가..




그리고 생각한 것이
이미 '입시'에 얽힌 모든 사람들이 거기에 푹 빠져버린 것이 아닌가.

이것은 세뇌도 아니고, 누군가의 욕심도 아닌.
그저 다들 의문없이 다 같이 떠내려가고 있는.


누군가 분명 의문을 제기하지만, 궁금해 한 보람도 없이 너무나 강한 물살에 강제로 떠내려가게 되는..

그렇죠.
개개인의 의문이 이 미친 흐름을 바꾸기엔 너무 약하군요.




문득 떠올랐습니다.

오늘 부산MBC스페셜에서 '미세먼지'에 대해서 방영해주더군요.
그리고 일본에서 미세먼지로 인해 질병에 걸린 60인의 11년 간의 긴 소송끝에, 일본 법이 바뀌면서 국가적으로 미세먼지의 수가 격감하고,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에 걸린 모든 사람들(수천명)에게 보상이 돌아가고, 보상금 중 일부로 환경재단까지 설립하는...

자신들이 왜 병에 걸렸는지 궁금해 한 60명의 의문이 궁극적으로 나라의 변화를 이끌어낸 일본의 사건.



그것을 보면서
한국도 '어쩔 수 없다'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다들 단체로 어쩔 수 없게 만들고 있는게 아닌가...


학부모님들은 다른거 없습니다. 그저 자식이 잘되기만을 바라는 걱정.
학생들은 다른거 없습니다. 그저 자신들이 하고 싶은걸 하게되길 바랄 뿐.
교사들은 다른거 없습니다. 그저 내 학생이 잘 되길.


그런데
몇몇 교장선생님은 다르더군요. 어떻게든 자기 학교가 서울대를 많이 보내고, 자신의 업적이 높아지길.
몇몇 대학교는 다르더군요. 어떻게든 학생을 많이 유치해 돈을 버는가.
몇몇 학원들도 다르더군요. 역시나 어떻게든 학생을 끌어 모아 돈을 벌길.








짜고치는 고스돕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라는 말이 저에게 가슴깊이 와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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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고치는 고스톱 2009/10/04 13:39 #

    왜 교육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마지막에 '짜고치는 고스돕'이라는 문장이 상당히 와닿는다. 사실 넓게 보면 교육이겠지만, 좁게 보면 학벌이라는게 바로 짜고치는 고스톱이다. 학벌이 된다고 해서 모두가 우수한 인재는 아니며,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하여 - 연고주의, 패거리주의, 실제 능력 등 - 확률적으로 그들이 사회에서 많이 떵떵거리는 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명문대 다닌다고...... more

덧글

  • tore 2009/09/29 00:50 # 답글

    "역시 어쩔 수 없나요"
    아니, 이거 재수생이 할 대사가 아닌데 OTL
    고로 다시 돌아갑니다. 문제집 앞으로.
  • 운향목 2009/09/29 00:55 #

    문제집 앞으로.
    [아..슬프다..ㅠ]
  • 글로거 2009/09/29 12:06 # 답글

    13명 뽑는데 500명 지원한 곳에서 논술 보고 왔지요.


    결론은 ..하아..
  • 운향목 2009/09/29 23:55 #

    ...어쩔수...
  • 달빛고양 2009/09/29 23:28 # 답글

    어쩔수 없다->즉...대한민국은 공부해야 성공한다로 귀결되는듯....학벌주의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사교육도 없어지기 힘들듯 하네요..
  • 운향목 2009/09/29 23:55 #

    이게 또 학벌주의 탓만이 아니라서 완전 총체적 난국...ㅠㅠ
  • 비르투 2009/09/30 00:28 # 답글

    우리나라에서 고졸 이하는 불가촉 천민이니까요.....
    조선 후기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조선 후기에 양반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건 양반이 아니고는 살아남기 힘든 사회가 됐기 때문이죠. 그만큼 평민과 천민에 대한 착취가 심했다는 거고요.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를 고치려면 '(좋은) 대학 나오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구조'를 먼저 바꿔야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뭘 해도 소용 없어요...에휴~
  • 운향목 2009/09/30 01:01 #

    아니 근데 웃긴건
    '좋은 대학 나와도 살아남기 힘든 현재' 랄까요;;;

    정작 좋은(서울) 대학교가서 '이건 아니야!!'라고 울부짓는 저희 아빠 친구 딸(..)이라던지를 보고 있으면 가서 한마디 해주고 싶습니다.


    과외 시작하면 애들한테 제 사상을 좀 주입시켜 볼까 합니다 <-위험
  • 霧影 2009/09/30 01:32 # 답글

    물질적으로 풍요롭다는 지금의 당면 문제가 '생존'이라는 것이 꽤나 쇼킹한 이야기지.
    지금을 막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당장 필요한 기술만 가르쳐서는 발전이 없다는걸, 높으신 분들은 모른다니깐.
  • 운향목 2009/09/30 01:45 #

    도대체가 한치 앞 이상을 도무지 보려고 하지를 않는다니까
  • byontae 2009/09/30 02:14 # 답글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부모님들의 '본전 생각'이 아이들을 망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본전 생각이 나니 투자를 더 하게 되고, 투자를 더 하다보면 본전 생각이 더 나게 되죠. 교육에 투자되는 돈은 어차피 들어가는 돈이고 그것으로 무엇을 하던 자식의 몫으로 묻어둬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요. 타짜에도 나오다시피 도박에서 판돈이 모자라서 이기고 지는게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오죠. 결국 판돈만 올리다 오링.
  • 운향목 2009/09/30 08:32 #

    세상을 노름판으로 만드시는 분들... ㅇ<-<아흙
  • 레일리엔 2009/10/01 20:00 # 답글

    ....'공포' 라는거죠..., 모든것이..
  • 운향목 2009/10/01 20:31 #

    집단 세뇌나 집단 망상이 아닐까 생각 해봅니...
  • 레일리엔 2009/10/02 15:18 #

    저는 집단 세뇌, 망상 자체가 공포에 의해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만..

    나치스가 집권할수 있던 이유도 경제대공황 크리로 인한 '공포'가 아니었을까요?

    히틀러(라기보단 괴벨스)는 그 공포를 치고 들어간 것일테고...
  • 가우스 2009/10/04 13:31 # 답글

    트랙백 해가겠습니다.
  • 운향목 2009/10/04 14:48 #

    감사합니다아>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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